0. 들어가며
항해 플러스에서는 매주 멘토링이 진행된다. 우리 팀은 테오와 자주 멘토링을 진행했는데, 총 10번의 기회 중 7번을 함께했다.
테오는 뇌과학에도 관심이 많아 마음을 어떻게 컨트롤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대화들이 있었다. 앞으로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테오에게 배운 것들과 내 생각을 정리해 기록해두려고 한다.
1. 하고 싶은 걸 하되, 미루지 말기
난 해야한다는 걸 알지만, 미루는게 항상 문제였다. 사실 항해 초반에도 마찬가지였다. 분명히 중요한 과제들이 있고, 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는데도 자꾸 미루게 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래서 내가 테오와의 첫 멘토링에서 가장 먼저 한 질문도 "해야 할 일이 있는데도 자꾸 미루게 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것이었다.

테오가 제안한 방법은 놀랍도록 단순했다. 일단 5분만 시작해보라는 것. 그리고 정말 하기 싫으면 그만둬도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왜 미루게 될까?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사람은 사실 동기부여를 받고 시작하는게 아니고, 하면서 동기가 부여된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생각하는 순서가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동기 → 행동'이 아니라 '행동 → 동기'인 셈이다.
고로 하고 싶을 때 시작하는게 아니다. 이것이 테오가 강조한 핵심이었다.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면, 결국 영원히 시작하지 못하게 된다.

예를 들어, 운동하고 싶을 때 헬스장을 가는게 아니라, 일단 헬스장을 가서 운동을 시작해야한다는 것이다. 운동복을 입고, 헬스장에 도착하고, 첫 번째 운동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이미 큰 진전이다.
하지만, 헬스장을 가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너무 하기 싫고 몸도 무겁다. 근데 헬스장을 가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너무 하기 싫고 몸도 무겁다. 그러면 집에 와도 된다. 하기 싫다는 것은 뇌에서 하지말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고, 하고 싶지 않을 때 억지로 하면 효율도 나지 않는다.
업무나 공부 역시도 그렇다. 우선 5분을 해보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으면 된다. 대신 쉬거나(잠시 산책을 하거나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는 건 휴식이지만, SNS에 접속하거나 유튜브를 보는 것은 쉬는게 아니다!) 다른 업무를 진행해라. 이렇게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집중되면서 몰입이 되는 순간이 온다.
즉, 얼마나 했는가가 아니라, 우선 시작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5분도 안하고 "하고 싶을때 해야지~" 하면서 미루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한다. 아무리 기다리고 있어도 절대로 하고 싶은 순간은 오지 않는다. 5분이라는 최소한의 시도조차 하지 않고 계속 미루는 것은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패턴이다.
자, 아무리 미룬이인 나라도 '5분만 해야지~' 라고 마음먹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리고 5분만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많은 경우 30분에서 1시간을 쭉 집중해서 진행할 수 있었다. 물론 집중이 되지 않을때도 많았지만 약간의 산책으로 해결하거나, 혹은 다른 일을 해도 괜찮다고 마음먹으니 학습에 대한 스트레스도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 기분 나쁜 말을 기분 나쁘지 않게 전하기
자, 당신은 친구랑 만나서 놀기로 했다. 오후 1시에 강남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약속시간에 30분이나 늦은 것이다! 당신은 화가 날 수도 있고, 어쩌면 30분동안 이런 생각들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얘는 왜 약속에 늦지?'
- '특별한 사정도 없다면서 30분이나 늦는게 말이되나?'
- '진짜 화나네, 나랑 한 약속을 무시하는건가?'
이런 생각들을 한창 하고 있을 때, 마침 친구가 도착했다. 당신은 어떻게 말해야할까?
- 기분은 나쁘지만, 내가 말했다가 하루를 망칠 수 있으니 꾹 참는다.
- 네가 늦은 것 때문에 내가 화났다고 말한다.
- 늦은 친구에게 왜 나와의 약속을 무시하냐고 말한다.
정답은 뭘까? 내가 생각하는 답은 2번이다. 친구가 나를 무시하는게 과연 맞을까? 그건 본인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이 질문을 테오에게 하게 된 것은 사실 코드리뷰 때문이다. 항해 초반에는 다른 사람들과 그닥 친밀한 사이가 아니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내 코드리뷰로 인해서 기분이 나쁘면 어떡하지? 라는 상상을 했다.
테오는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판단하는 늬앙스를 배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나는 그런 의도로 하지 않았는데, 타인이 나의 행동을 함부로 판단하면 기분이 나쁠 수 밖에 없다. 고로 기분 나쁘지 않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판단을 배제하고, 사실과 그것에 기반한 감정,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을 표현하면 된다.
위의 상황에서는 "너 30분 늦었어. 나 기다리면서 화났어. 다음엔 늦을 것 같으면 미리 연락 좀 해줄래?"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건설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판단이나 추측이 아닌, 순수한 사실(30분 지연)과 그로 인한 내 감정(화남), 그리고 구체적인 요청(미리 연락)만 담겨있다.
이 원리를 알게 되고 나서, 나는 더 이상 불안감에 떨지 않고 피드백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나처럼 다른 사람과 소통해야하는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이 방법을 시도해보길 바란다.
3. 부정적인 상상에서 멀어져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부정적인 상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간단한 상상을 해보자. 당신이 동굴에 살면서 수렵과 채집을 하는 원시인이라고 치자. 열심히 채집을 하는 도중에 옆에 있는 수풀에서 갑자기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났다.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 맹수일 수도 있으니 도망간다.
- 바람이 불었겠거니 하고 수렵에 집중한다.
- 그냥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네.' 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셋 중에 누가 가장 잘 살아남았을까? 굳이 답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1번을 선택한 원시인이다. 설령 그것이 바람이었다 하더라도,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만약 정말로 맹수였다면? 2번이나 3번을 선택한 원시인은 생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상상'을 잘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이것은 우리가 수만 년에 걸쳐 진화하면서 생존을 위해 발달시킨 본능이다.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대비하는 능력 덕분에 우리 조상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고, 그 유전자가 지금의 우리에게까지 전해진 것이다.
문제는 현대 사회에서도 이 원시적 본능이 그대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그려낸다. 친구가 연락을 안 하면 '나를 피하는 건가?', 회사에서 상사가 나를 부르면 '혼나는 건가?', 프레젠테이션 전에는 '망하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들이 자동으로 떠오른다.
테오는 이에 대해서 '부정적인 상상을 멈추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라'고 조언했다. 즉, 내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관찰해보라는 것이다.
자, 다시 친구가 지각한 예시로 돌아가보자. 친구가 30분 늦었을 때,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상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왜 30분이나 늦었을까?' -> '내가 기다리고 있으면 조금만 일찍 준비해도 됐을텐데' -> '나는 기다리게 해도 되는 사람인건가?' -> '나를 무시하는 거구나'
라는 식으로 생각이 든다면, 한 발짝 물러서서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이다. '아, 지금 내가 부정적인 상상을 하고 있구나.'
결국 우리의 뇌가 부정적인 상상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고, 없앨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런 사고 패턴을 인식하고, 필요할 때는 한 발짝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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